불가근불가원(不可近不可遠)
2020년 04월 01일(수) 00:00가가
[이 호 준 시인]
‘불가근불가원’(不可近不可遠)은 대인 관계에서 ‘너무 가깝게도 멀게도 말라’는 뜻이다. 그 어원은 중국 춘추 전국 시대 때 일화에서 인용된 것인데 당시 월나라 왕은 문종(文種)과 범려(范려)라는 인재를 얻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. 월나라가 강성해졌을 때 범려는 문종에게 이런 말을 했다.
“월왕 구천(句踐)은 목이 길고 입이 튀어 나와 매의 눈초리에 이리의 걸음을 하는 상이오. 이 같은 상을 한 사람은 불가근불가원(不可近不可遠) 해야 하오. 만일 그대가 왕을 떠나지 않으면 왕은 장차 그대를 죽이고 말 것이오. 그러니 어서 이 왕궁을 떠나 그대의 살길을 도모하시오.” 그러나 문종은 범려의 말을 믿지 않았다. 범려는 이를 안타깝게 여기면서 문종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월왕을 떠났다. 그 후 결국 문종은 왕에게 토사구팽(兎死狗烹) 당했다.
범려가 살아남은 것은 월왕과의 관계에 불가근불가원을 잘 적용했기 때문이다.
‘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실망을 주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’들이 우리 삶에 흔히 있는 일이다. 풍경도 그렇고,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. 감동의 마음을 품었던 일 또한 가까이서 보면 멀리서 볼 때와 다른 경우가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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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예(書藝)에서도 획과 획의 여백 즉 간격이 중요하다. 문인화와 한국화의 여백도 적당해야 격 높은 작품이 된다. 여백이 바로 적당한 거리인 것이다.
제주도의 돌담은 허술해 보여도 거센 태풍에도 잘 무너지지 않는다. 돌과 돌 사이에 난 틈이 바람 길을 내주기 때문이다.
광주일보
출처 http://m.kwangju.co.kr/article.php?aid=158566680069260313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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불가근불가원(不可近不可遠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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